노노(老老 )케어

노노(老老)케어 제도가 필요한 이유: 초고령 사회의 대안

idea250625 2025. 6. 26. 11:04

고령사회, 돌봄이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 기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23%를 넘어섰고, 2040년에는 30%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보다 더 빠르게 돌봄 구조가 붕괴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전통적으로는 가족이 돌봄의 중심이었지만, 1~2인 고령 가구의 증가와 자녀 세대의 독립, 도시화로 인해 이제 더 이상 가정 중심 돌봄 시스템은 유효하지 않다.
요양 시설은 만성적 정원 부족에 시달리고, 재가요양은 지역 간 편차와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의 대안 노노케어(老老케어) 모습

 

이러한 현실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노노(老老)케어, 즉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구조’다.
처음에는 긴급한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방편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하나의 제도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왜 지금 우리 사회에 노노케어 제도가 필요한지를 인구 구조, 돌봄 체계, 제도적 공백, 사회적 역할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정책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초고령 사회가 마주한 돌봄의 구조적 한계

고령사회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일상적 돌봄의 구조다.
과거에는 부모가 병이 나면 자식이 돌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자식 또한 60~70대에 접어든 고령층인 경우가 많다.
즉, 돌봄의 주체와 대상이 모두 고령자이며, 가족 내부에서 돌봄을 전담하기에는 신체적·경제적 한계가 명확하다.

요양시설이나 병원 간병 서비스로 대체하려 해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요양시설의 대기 기간은 평균 3개월 이상이며, 도심권에서는 입소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빈번하다.
또한 병원 간병 서비스는 24시간 기준으로 하루 15만 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하여 저소득층 고령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역시 등급 기준이 까다롭고, 중증 질환 중심의 대상자 선정으로 인해 실제 일상생활이 어려운 다수의 고령자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즉, 초고령 사회에서 기존의 복지 시스템은 속도와 수요, 실질 대응력 모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정한 기능을 상실한 고령자들이 제도 밖에서 방치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 돌봄 시스템의 공백과 사각지대

공공 복지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작동한다.
그러나 돌봄은 삶의 현장 속에서 매우 유동적으로 발생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제도화된 기준으로는 모두를 포용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장기요양등급에서 탈락한 고령자들이다.
심신 기능 저하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식사나 외출, 복약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동거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지만 간병이 불가능한 경우는 제도 밖에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2024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재가요양서비스가 도달하지 못한 ‘미지원 고령자 가구’는 전국적으로 약 41만 가구에 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실질적 돌봄이 필요한 상태였다.

또한 지역 간 서비스 편차도 문제다.
일부 광역시와 대도시는 커뮤니티케어,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등이 활성화되어 있으나, 농어촌과 소외 지역은 아직도 돌봄을 마을 이장, 경로당 회장 등에게 의존하는 구조다.
이처럼 제도는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경우, 고령자는 자신보다 조금 더 건강한 고령자에게 기대는 ‘비공식 노노(老老)케어’로
현실을 버티게 된다.

즉, 제도가 닿지 않는 삶의 틈을 누군가가 메우고 있는 상황,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돌봄의 사각지대다.

 

노노(老老)케어가 제공하는 현실적 해법

노노(老老)케어는 기존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현실적이고 지역 밀착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비교적 건강한 고령자, 즉 대체로 65세에서 74세 사이의 노인을 선발하여,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돌봄 취약 고령자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생활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서울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 노노케어는 하나의 정책적 틀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각 지역은 자체 기준에 따라 활동자 선발, 건강검진, 교육 이수, 활동 시간 및 대상 배정을 포함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활동자들은 주로 주 2~3회, 하루 1~2시간 내외로 돌봄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식사 여부 확인, 약 복용 관리, 위생 상태 점검, 간단한 말벗 역할 등을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봉사나 안부 확인을 넘어, 위험 요소의 조기 감지와 정서적 고립 해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노(老老)케어의 강점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지역 안에 거주하는 고령자가 활동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접근성과 즉시성이 뛰어나다.
교통 여건이나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도 시간과 거리의 제약 없이 빠르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다.
둘째로, 비슷한 세대 경험과 정서 코드를 공유한 고령자들 간의 만남은 기계적 서비스가 아닌 ‘관계 중심의 돌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수혜자의 심리 안정은 물론, 돌보는 이에게도 자기 효능감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노노케어는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노인의 사회참여를 확장하는 구조다.
실제로 활동에 참여한 노인의 상당수는 '다시 사회와 연결되었다'는 정서적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2024년 서울시 보고서에 따르면, 노노케어 대상자의 우울감 지수는 평균 18% 감소했고, 활동자들이 감지한 위기 상황 조기 보고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7배 증가했다.
이는 노노케어가 단순히 ‘도움 주는 프로그램’을 넘어서 실질적 복지효과를 창출하는 구조적 돌봄 방식임을 보여주는 근거다.

물론 이 제도가 만능은 아니다.
돌봄 제공자 역시 고령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건강 악화나 감정 소진의 위험을 안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노노(老老)케어는 현재의 간병 인력 부족과 돌봄 공백 문제를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메워줄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노노(老老)케어가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

노노(老老)케어가 단순한 복지 보완이 아닌 초고령 사회의 핵심 복지 시스템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활동자의 지속 가능성 확보다.
현재 노노케어 활동자는 일정한 교육과 검진 후 활동을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정 소진, 건강 악화, 관계 갈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 건강검진, 심리상담, 관계 조정 교육, 휴식 프로그램 등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적 위상 강화다.
노노케어는 일부 지자체 시범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앙정부의 표준화,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활동자 인증 시스템, 공공 플랫폼 연계, 예산 안정화, 성과 지표 관리 등이 갖춰질 때 이 제도는 사회 인프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셋째, 수혜자의 권리 보장도 중요하다.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돌봄을 받는 고령자의 의사와 생활 리듬을 존중하며 ‘관계로서의 돌봄’이 실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활동자-수혜자 매칭 시스템, 평가제도, 피드백 시스템도 도입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노케어는 ‘노인이 봉사하는 구조’가 아니라, 노인이 돌봄의 주체이자 참여자라는 복지적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로 인식돼야 한다.

 

노노(老老)케어는 돌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노노(老老)케어는 선택이 아니라 초고령 사회에서 돌봄을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전환점이다.
기존의 돌봄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에, 이 제도는 단순히 복지의 틈을 메우는 보완책을 넘어 돌봄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식으로 재설계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

앞으로의 돌봄은 누가 돌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돌보는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노노케어는 그 전환의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출발점이다.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고령자 모두가 이 제도를 제도적 책임과 사회적 공감의 토대 위에서 함께 완성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