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를 위한 일자리’에서 ‘고령자가 주도하는 돌봄’으로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 대한민국 사회는 이제 노인을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닌
활동 주체이자 돌봄의 동반자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노인 일자리 사업과 노노(老老)케어의 연계를 통한
지속 가능한 돌봄 모델의 구축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인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며, 건강한 노년기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대표적인 고령자 복지정책이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소득 보전’을 넘어서,
사회적 의미와 지역 돌봄 기능을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노노케어와의 연계다.
노노케어는 비교적 건강한 고령자가
자신보다 더 취약한 고령자를 돌보는 상호 지원 시스템으로,
현재 서울, 전북, 충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의 한 축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왜 이 두 제도가 연결되어야 하며,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진화: 단순한 ‘일’에서 사회적 가치로
노인 일자리 사업은 2004년 「고령자고용촉진법」과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고령자 정책이다.
초기에는 공원 청소, 지역 환경정비, 경로당 관리 등
비숙련 단순 노동 중심의 일자리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고령자의 경험과 관계 능력, 정서적 역량을 활용하는 일자리로 변화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노인 일자리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 공익형: 지역 내 공공서비스 제공(예: 환경미화, 등하교 안전지도 등)
- 시장형: 민간 연계형 유료 서비스(예: 실버카페, 반찬 배달)
- 사회서비스형: 돌봄, 안전, 건강 등 복지성과 결합된 형태
그중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유형은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복원하면서,
동시에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서적 돌봄, 생활 관리, 안전 점검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한다.
노노(老老)케어는 바로 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안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즉,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고령자의 사회 참여와 지역 돌봄 기능이 통합된 복지적 노동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노노(老老)케어: 일자리이자, 지역 돌봄 시스템
노노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자 중
비교적 건강한 이들이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 가정에 방문해
정서적 지원, 생활 체크, 응급 위험 감지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사업과 연계되어 운영되며,
단순한 소득 보전이 아닌, 지역 복지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웃돌봄활동가’,
전북은 ‘노노케어 활동자’,
충남은 ‘이웃사촌 돌봄도우미’라는 명칭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기준과 조건 아래에서 활동하게 된다.
- 자격 요건: 만 65세 이상, 건강검진 통과, 인지기능 양호
- 교육 과정: 돌봄 기초교육 16시간(심리적 응대, 위기대처, 방문예절 등)
- 활동 시간: 주 2~3회, 1회 1~2시간
- 활동 내용: 안부 확인, 식사 여부 확인, 약 복용 체크, 말벗, 위험요소 점검
- 활동 수당: 월 20~30만 원 수준의 활동비 지급
이처럼 노노케어는 고령자의 여가 활용 차원을 넘어,
지역 내 취약 노인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복지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대상자와 활동자의 연령이 비슷하거나
생활 반경이 겹칠 경우, 돌봄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고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기 쉬운 특징이 있어
기계적 복지 서비스보다 훨씬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2024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노노(老老)케어 참여자 중 87%가
“돌보는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응답했고,
수혜자 중 84%는 가족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두 제도의 연계가 만드는 구조적 시너지
노인 일자리 사업과 노노(老老)케어의 연계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이 연계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1. 돌봄 공백 해소와 일자리 수요의 균형
간병 인력 부족, 요양시설 포화 상태, 지역 간 돌봄 불균형 등
돌봄 공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노노케어는 이 돌봄 수요를
고령자 인구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자조적 인력 풀로 제공하며,
동시에 일자리 수요도 흡수할 수 있는 고령자 경제 활성화 수단이 된다.
2. 복지 예산의 효율적 운용
노노(老老)케어는 인건비 중심의 예산 구조가 아니라,
활동 수당, 교육비, 건강검진비 등 합리적 비용 체계로 운영된다.
이는 공공 돌봄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드는 막대한 예산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지역 복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3. 고령자 건강 증진 및 고립 예방
고령자의 사회참여는 곧 건강 관리이기도 하다.
돌봄 제공자는 활동을 통해 규칙적인 생활과 신체 활동을 유지하게 되고,
돌봄 대상자는 정서적 고립과 위기 상황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고립감 감소, 우울감 개선, 치매 예방 등으로 이어진다.
4. 지역 커뮤니티 강화
노노케어는 지역 내에서 고령자 간 관계망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서
커뮤니티 기반 복지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며,
지역 내 다양한 민간 자원과의 연계를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노인 일자리 사업과 노노케어의 결합은
단지 예산 통합이나 인력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 시스템을 공동체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사회적 실험이자
장기적 복지 구조 개편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한 과제
노노케어가 노인 일자리 사업과 결합해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활동자의 건강과 정서 보호 장치 강화
돌봄 제공자 또한 고령자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활동을 위해선 정기 건강검진, 심리 상담, 휴식 프로그램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장치 없이는 소진 현상으로 인한 이탈율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교육 및 관리 체계의 표준화
지자체마다 교육 내용, 활동 기준, 수당 지급 방식이 달라
서비스 질의 편차와 제도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 운영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하며,
활동자 역량 강화를 위한 심화 교육 체계도 필요하다.
셋째, 복지정책으로서의 공식 위상 강화
노노케어는 현재 노인일자리사업 안에서
부속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돌봄이라는 공공성을 감안하면,
별도의 예산 편성과 정책 목표를 가진 복지사업으로 분리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참여자도 더 높은 책임감과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넷째, 참여자 경력 인정과 연계 제도 마련
노노(老老)케어 참여자는
돌봄, 상담, 정서 지원 등 실질적인 복지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활동을 단순 수당 수령으로 끝내지 않고,
향후 자원봉사 가산점, 건강 프로그램 우선 참여, 연금 가점 등으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노노(老老)케어는
일회성 돌봄 모델이 아니라,
복지와 고령자 일자리, 지역 공동체가 함께 진화하는 복합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노인 돌봄을 노인 스스로 설계하는 시대
노인 일자리 사업과 노노(老老)케어의 연계는
돌봄 위기, 복지 예산 부담, 고령자 고립이라는 세 가지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복지 혁신이다.
이 모델은 고령자에게는 일자리가 되고,
지역사회에는 안전망이 되며,
국가에는 복지 예산의 지속 가능성을 안겨주는 구조다.
하지만 이 구조가 장기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에 참여하는 고령자를 ‘저비용 활동자’가 아니라
공공복지의 동반자이자 시민으로서의 위치로 인정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수당과 역할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건강, 관계, 권리, 보상, 경력이라는 5가지 축이 함께 구성된 생애 주기형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노노케어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나누고,
함께 나이 들 준비를 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노노(老老 )케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노(老老)케어 활동 시 받는 수당, 보험, 혜택 정리 (0) | 2025.06.28 |
---|---|
노노(老老)케어 관련 정부 지원금과 신청 방법 총정리 (0) | 2025.06.28 |
지자체별 노노(老老)케어 프로그램 정리 (2025 최신판) (0) | 2025.06.28 |
노노(老老)케어의 덫: 고령 부부가 겪는 간병의 무게와 고독 (0) | 2025.06.27 |
고령의 부모님을 돌보는 고령의 자식들, 노노(老老)케어 가족 사례 분석 (0) | 2025.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