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를 견디는 지역 복지의 해법, ‘노노(老老)케어’
2025년,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3%를 넘어섰고, 독거노인과 노인 부부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돌봄 체계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요양 시설은 부족하고, 간병 인력은 점점 줄고 있으며, 국가 복지 시스템이 모든 노인의 일상을 케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안이 바로 노노(老老)케어다.
노노(老老)케어는 노인이 다른 노인을 돌보는 개념으로, 고령자 간의 상호 돌봄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지역 공동체의 역할을 회복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모델을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체계화된 정책으로 자리 잡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실험적 방식으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기준 전국 지자체 중 노노(老老)케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경기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으로 나누어 각각의 운영 방식, 제도 설계, 효과, 그리고 보완점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노노(老老)케어가 단순한 복지 수단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돌봄 생태계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을 함께 고민해본다.
서울·경기권 – 도시 밀집 지역의 체계적 모델 정착
서울시는 노노(老老)케어를 전국 최초로 정책화한 도시 중 하나다.
‘이웃돌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2020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2025년 현재 서울 전 자치구에서 정규 복지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체계적인 참여자 선발과 교육 시스템에 있다.
60~74세 사이의 건강한 고령자가 지역 복지관이나 주민센터를 통해 선발되며, 기초 교육 16시간과 건강검진을 거친 뒤에야 돌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활동자는 독거노인 또는 고위험 노인을 주 2~3회 정기적으로 방문해 말벗, 식사 점검, 복약 확인, 생활 안전 상태 등을 확인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활동 내역을 앱을 통해 실시간 기록하게 하고 있으며,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정서소진 예방 워크숍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정서 매칭 시스템과 ‘돌봄기록 앱’이 도입되어 데이터 기반 복지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시·군 자율형 모델을 채택해 보다 유연하고 현장 친화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수원, 고양, 부천 등에서는 각각 ‘돌봄나누미’, ‘우리동네 돌봄이’ 등 다양한 명칭과 방식으로 지역 특성에 맞춘 노노(老老)케어를 시행 중이다.
고양시는 치매 조기 선별검사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천시는 활동자와 수혜자 간 성향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정서적 만족도를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경기권은 도시 환경이라는 특성상 돌봄 대상자와 활동자의 접근성이 높고, 행정 기반이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참여자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고, 서비스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은 일부 참여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충청권 – 마을 기반의 공동체 돌봄 회복
충청남도는 고령화율이 높고, 농촌 인구 비중이 큰 지역적 특성에 따라 노노(老老)케어를 ‘마을 단위 자율형 돌봄 네트워크’로 설계했다.
‘이웃사촌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 모델은 읍·면·동 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활동자가 모집되고, 경로당, 마을회관, 이장 조직 등 기존 지역 공동체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충남의 대부분 시군은 현재 이 사업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참여자는 보건소에서 기초 건강검진을 받고,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돌봄 활동을 시작한다.
활동자는 주 2~3회 마을 내 독거노인을 방문해 안부 확인, 건강 이상 징후 파악, 간단한 생활 지원을 수행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현금 보상 외에도 쌀, 생필품, 난방비 쿠폰 등 현물 지원이 함께 제공되어 참여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 모델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자발성과 공동체 연대감이다.
돌봄 활동이 행정 주도보다는 마을 내부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인들 간에 신뢰가 높고, 거부감이 적다.
실제로 많은 활동자가 ‘도움이 아닌 친구로서 방문한다’고 표현할 만큼 정서적 접근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러나 운영의 자율성이 높다 보니 서비스 품질 관리가 어렵고, 지역 간 편차도 크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행정 인력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는 활동자 관리와 피드백 체계가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충청권 모델은 공동체 기반 노노(老老)케어의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그만큼 구조적 정비와 관리체계 보완이 필수적이다.
전라권 – 일자리와 복지의 통합형 모델 실현
전라북도는 노노(老老)케어를 노인복지사업의 한 영역이 아니라 노인의 일자리, 건강관리, 사회참여를 통합하는 복합 정책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되어 있으며, 참여자는 65세 이상 고령자 중 건강검진 통과자와 기초교육 수료자를 대상으로 선발된다.
전북형 노노(老老)케어는 돌봄 대상자에게 단순한 말벗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생활 모니터링, 복약 확인, 병원 동행, 위기 대응, 정서 교류 등 전문 서비스에 가까운 다기능 돌봄을 수행한다.
활동자는 월 최대 45만 원의 활동비와 복지포인트, 교통비, 간식비 등의 부가 혜택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의 큰 강점은 정량적 성과 분석 시스템이다.
2024년 기준, 활동자 2,230명이 약 800건의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했고, 정서적 돌봄을 받은 수혜자의 우울감은 평균 21% 감소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지표는 중앙정부가 정책 확대를 검토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2025년부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돌봄 시스템’이 시범 적용되고 있다.
활동자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해 건강 정보를 자동 기록하고, 앱을 통해 돌봄 활동을 실시간 보고하며, 위기 알림이 지역 복지기관으로 즉시 전달되는 구조다.
전라권은 복지의 디지털화, 일자리 통합, 성과 기반 행정 등 정책 완성도가 매우 높은 선도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사업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행정 담당자의 업무 과중과 교육 이수자와 실제 활동자 간 연결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며, 운영 매뉴얼의 지역별 차이도 점차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상권 – 실용 중심의 위기 대응형 케어 모델
경상남도는 노노(老老)케어를 ‘간병 공백 해소’라는 매우 현실적인 목적에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못한 고령자, 가정 간병인을 구하지 못한 독거노인, 응급 상황이 우려되는 가구를 중심으로 현장 밀착형 돌봄 대응체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경남형 모델은 행정복지센터와 노인복지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며, 참여자는 주 3회 이상 방문하여 식사 확인, 복약 점검, 위생관리, 건강 이상 징후 확인 등을 수행한다.
모든 활동 내역은 전자 시스템에 입력되고, 복지 담당자는 이를 통해 고위험 가구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 모델은 특히 응급 상황에 대한 선제 대응력이 높다.
2024년 기준 활동자의 12%가 실제 응급 상황을 조기에 감지해 구조를 요청한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입원율 감소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활동자에게는 건강검진, 정서관리 프로그램, 도 단위 워크숍 참여 기회, 소득공제 혜택까지 제공되면서 반복 가능한 돌봄 인력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기능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 치우쳐 정서적 연계나 관계 지속성은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 활동자 고충 접수나 갈등 조정 체계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경상권 모델은 위기 대응에 탁월한 실용적 모델이지만, 정서 중심 케어와 지속성 확보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
노노(老老)케어, 한국형 지역 복지의 새로운 길
지자체별 노노(老老)케어 운영 사례를 살펴보면, 이 제도는 단순한 고령자 복지 사업을 넘어서 지역사회가 고령사회를 견디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과 경기는 체계적 도시형 모델로, 충남은 공동체 자율형으로, 전북은 통합 복지-일자리 모델로, 경남은 위기 대응 중심으로 각각 특화된 운영 방식이 정착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모델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화 작업이다.
노노(老老)케어는 일시적인 복지 대안이 아니라 초고령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프라다.
이를 위해 활동자 보호, 표준 서비스 매뉴얼, 보상 체계 정비, 디지털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의 과제가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앞으로의 한국 사회가 노인의 고립이 아니라 연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국가,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이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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