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老老 )케어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노노(老老)케어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

idea250625 2025. 6. 30. 20:19

초고령사회, 돌봄의 책임을 묻는 시대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곡점에 서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3%를 넘었고,
그 중 약 22% 이상이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다.
가족 돌봄의 약화, 요양시설의 포화, 간병 인력의 부족이라는 복합적 문제 속에서
노노(老老)케어, 즉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구조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돌봄의 부담을 한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비공식 돌봄의 제도화’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돌보는 이도, 돌봄을 받는 이도 모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구조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건강 소진, 정서적 고립, 응급 대응 부족,
보호 장치의 부재는 제도의 한계가 아니라 공공의 역할 부재에서 기인한 구조적 결과다.

따라서 노노케어를 진정한 돌봄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력 구조를 기반으로
법제도, 예산, 인력, 기술, 행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노노케어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정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적 노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노노(老老)케어 해소를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노력

 

국가의 정책적 책임과 법제 기반 마련

노노(老老)케어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 구조가 아직 국가복지체계 안에서 공식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는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안에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중 일부로 노노(老老)케어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 역시 ‘노인 복지의 일부’일 뿐,
돌봄의 한 축으로서의 기능이나 법제적 지위는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는 우선, 노노케어를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법」에 노노(老老)케어에 대한 정의, 목적, 대상자 요건,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활동자의 권리와 보호 장치를 명시한 조항을 신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법」(커뮤니티케어 기본법)이 제정될 경우,
노노케어를 지역 중심 사회서비스의 하나로 공식 포함시키는 조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두 번째로,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는 지방정부가 노인일자리 예산 내에서 일부를 활용해 노노(老老)케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초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사업의 범위와 질이 크게 차이 난다.
중앙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노노케어 사업에 대해
기본 운영비, 안전장비 구입비, 교육비, 시스템 구축비 등의 항목으로 매칭 보조금 형태의 예산 지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활동자에 대한 기본 수당뿐 아니라
건강검진, 정서 상담, 산재보험, 휴식 보장 등
돌봄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장을 국가 정책으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노노(老老)케어는
더 이상 일시적인 노인 활동이 아닌,
공식적인 복지 인프라로 작동하게 된다.

 

지자체의 현장 중심 정책과 실천 구조

노노케어는 지역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실질적이고 결정적이다.
지자체는 지역의 인구 구조, 복지 수요, 사회적 연결망 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해당 지역에 맞는 맞춤형 돌봄 모델을 가장 현실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지자체의 역할은 수요 기반 사업 설계이다.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내 75세 이상 단독 고령가구, 중증 만성질환자, 돌봄 공백 가구의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그에 맞는 돌봄 서비스 매칭을 설계해야 한다.
서울시, 광주광역시, 충청북도 등의 일부 지자체는
‘돌봄공백지도’, ‘고독사 위험지수’ 등을 활용해
노노케어 인력을 취약지역에 우선 배치하는 방식으로
정확한 정책 투입을 실현하고 있다.

두 번째 역할은 돌봄 인프라와의 연계이다.
노노케어는 홀로 작동할 수 없다.
보건소, 방문간호사, 정신건강센터, 재가복지센터 등
기존의 돌봄 관련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지자체는 이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셋째, 지자체는 현장 인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 심리 상담, 교육 지원, 활동 중단자에 대한 재참여 경로 등을
구체적인 행정 매뉴얼로 정비해야 한다.
경상남도 일부 시군은 ‘돌봄활동자 리프레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서 소진 방지와 교대 인력 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는 성과 관리와 확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노노(老老)케어의 활동 효과, 수혜자 만족도, 위기 예방 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하여
중앙정부에 보고하고,
타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우수 사례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국가-지자체 협력 기반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

노노(老老)케어의 구조는 단일 행정 주체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국가는 정책과 예산, 지자체는 실행과 현장 관리,
그리고 민간 복지기관은 실무와 연결을 담당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첫째,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 구조는
단순한 예산 교부 방식이 아니라
지방 자율성과 중앙 조정의 균형 속에서 설계돼야 한다.
중앙은 기본 운영 기준과 서비스 질 관리를 담당하고,
지방은 이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둘째,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광역 또는 기초 단위에서 노노케어를 총괄 운영하는
‘지역 케어지원센터’ 또는 ‘돌봄조정센터’를 설치하고,
이 센터가 행정과 현장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활동자의 피드백, 수혜자의 의견, 서비스 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반영하며 사업을 동적으로 운영하게 만든다.

셋째, 민관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역 복지관, 노인종합복지센터, 재가장기요양기관, 자원봉사센터 등과의 협약을 통해
활동자 모집, 교육, 현장 연계, 평가까지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중 협력 체계가 정착되면
노노(老老)케어는 정책 실험이 아니라
제도적 안정성과 사회적 연대를 갖춘 공공 서비스로 전환될 수 있다.

 

정책성과 확산을 위한 과학적 관리와 제도적 기반 강화

노노(老老)케어가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 성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도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정량적 성과 지표의 도입이다.
활동자 수, 수혜자 수, 돌봄 시간, 위기 예방 건수, 건강 개선 사례,
돌봄 만족도, 복지비용 절감효과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공개함으로써
정책의 객관적 효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디지털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다.
모바일 앱, 전자출결, 활동일지 자동화 등 ICT를 기반으로 한 관리 시스템은
노노케어의 질을 높이고
운영 투명성과 보고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정기적 제도 평가와 개정이다.
노노케어 제도가 법제화되고 나면,
지속적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는 피드백 루프가 구축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는 공동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나 예산 확대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 기반 강화는
노노케어를 일시적인 위기 대응이 아니라
초고령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정착시키는 근본적인 기초가 된다.

 

함께 돌보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가기 위해

노노(老老)케어는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
국가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지방정부가 실행을 체계화하며,
민간이 연결을 지원하는 삼각 협력 구조 속에서
이 제도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돌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돌봄은 더 이상 가족의 몫이 아니며,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분담해야 할 공공의 책임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는 노노(老老)케어가
돌보는 이에게도, 돌봄을 받는 이에게도 존엄한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재정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은
사람의 따뜻함에만 의존해온 돌봄에서
제도와 시스템으로 지탱하는 돌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