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시작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2025년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노인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3%를 넘어섰고,
그 중 상당수가 1인 가구이거나 가족과의 물리적·정서적 거리가 큰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노노(老老)케어, 즉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노노(老老)케어는 제한된 돌봄 인력과 시설, 비용 부담 등의 현실을 감안할 때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구조는 고령자가 또 다른 고령자를 책임지는 이중 돌봄 부담을 초래하며,
돌보는 이와 돌봄을 받는 이 모두에게 신체적·정서적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
특히 치매, 중풍, 낙상 등 만성질환 또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가 발생했을 경우,
노노(老老)케어는 시스템이 아니라 고립된 생존의 방식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단순히 돌봄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돌봄이 필요한 상황 자체를 사전에 줄이는 예방적 접근이다.
예방적 돌봄은 고령자의 건강을 유지시키고, 돌봄 의존도를 낮추며,
결국 노노(老老)케어 발생률 자체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된다.
이 글에서는 예방적 돌봄이 왜 중요한지,
어떤 정책과 실행 방식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예방적 돌봄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예방적 돌봄(preventive care)이란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기 전에
건강 문제, 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 정신적 위기를 사전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일련의 복지 활동을 말한다.
이는 전통적인 ‘치료 중심 복지’ 또는 ‘요양 중심 돌봄’과는 근본적으로 접근 방식이 다르다.
노인의 건강 문제는 대부분 급작스럽게 발생하지 않는다.
보행 속도의 저하, 잦은 피로감, 기억력 감소, 수면장애, 식욕 부진 등의 초기 징후가
오랫동안 방치될 경우, 결국 독립적인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워진다.
이 시점을 지나면 돌봄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가족이 없거나 요양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
자연스럽게 노노케어 구조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
예방적 돌봄은 이러한 연쇄 반응을 미리 끊는 전략이다.
즉, 고령자가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건강 모니터링, 낙상 예방 환경 조성, 인지기능 점검, 정서지원 프로그램 등을
일상 속에서 제공함으로써
돌봄 수요 자체를 줄이고, 자립적인 생활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방적 돌봄은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지비용과 돌봄 자원 수요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결국 이는 노노(老老)케어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핵심 열쇠가 된다.
예방적 돌봄의 대표적 유형과 효과
예방적 돌봄은 다양한 형태로 실행될 수 있으며,
그 목적은 고령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다.
첫 번째 유형은 건강관리 중심 돌봄이다.
이는 보건소나 방문 간호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기적인 건강 체크,
혈압·혈당 모니터링, 영양상태 점검, 낙상위험 요소 제거 등의 활동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성동구는 75세 이상 노인 대상 ‘방문형 건강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여
일상생활 자립도가 낮은 고령자에게 주 1회 건강 점검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도입 이후 노인성 질환 악화율이 약 17%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는 정서 및 인지 기능 중심 돌봄이다.
고립된 생활이 길어질수록 우울증, 인지 저하, 치매 위험은 높아진다.
이에 따라 커뮤니티 공간이나 복지관 등에서
말벗 서비스, 인지 강화 프로그램, 예술·음악 치료, 고령자 간 소그룹 활동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예방적 돌봄의 중요한 축이 된다.
이러한 활동은 노노케어의 수요자를 줄이는 정서적 방역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사회 연결망 중심 돌봄이다.
고령자가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돌봄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외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돌봄 이웃맺기’ 프로그램은
1인 가구 노인이 인근 노인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도록 하며,
지역 내 자원봉사자와도 연결해준다.
이러한 사전적 관계망 형성은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과 지원 연결이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
이처럼 예방적 돌봄은 노인이 돌봄의 대상이 되기 전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을 확보해주는 제도적 완충 장치이다.
노노(老老)케어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 전략
노노케어를 줄이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 전략은
예방적 돌봄의 확산과 제도화를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자체 중심의 고위험 노인 사전 발굴 시스템이 필요하다.
보건소, 주민센터, 복지관, 건강보험공단,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노인의 만성질환 상태, 고립 위험, 정신건강 상태, 경제적 위기 등을
공유하고 통합 관리하는 ‘지역사회 노인 데이터 통합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
이를 통해 돌봄 수요가 본격화되기 전 단계에서
선제적 개입이 가능해진다.
둘째, 돌봄 일원화 모델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는 건강과 복지, 정서와 환경 관리가 서로 분절된 채 이루어지고 있다.
예방적 돌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심리상담사 등이
팀 단위로 고령자 가정을 방문하고,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이 같은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다.
셋째, 커뮤니티케어와 예방돌봄 예산의 연계가 필요하다.
기존 커뮤니티케어 예산은
주로 돌봄 인력 배치와 생활지원 서비스에 사용되는데,
그 일부를 고령자의 건강 유지 및 기능 강화 프로그램에
사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예방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 절감을 유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 운용에서도 선순환 구조가 된다.
이러한 전략이 종합적으로 실행될 때
노노(老老)케어는 돌봄의 대안이 아닌 ‘예외적 대응’으로 줄어들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예방적 돌봄 체계를 위한 과제
예방적 돌봄을 정책으로 확대하고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력 확보와 양성이다.
예방적 돌봄은 단순 방문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과 공감 능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간호사, 방문 건강관리사, 고령자 전문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지속 가능한 처우와 경력 개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지속적인 예산 확보와 제도 안정성이다.
예방은 단기 성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방돌봄 사업의 효과를 정량화하고
‘돌봄 회피율’ 또는 ‘건강유지율’ 등으로 지표화하여
국회 및 지자체 예산 심의 시 주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시민 인식 제고이다.
노인 스스로가 ‘내가 돌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예방적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가족이 이를 불필요하다고 인식할 경우
제도는 실효성을 잃는다.
따라서 주민설명회, 홍보 콘텐츠, 마을 회의 등을 통해
예방돌봄이 ‘복지 낭비’가 아닌 ‘삶을 지키는 기술’임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고도화도 필요하다.
예방적 돌봄은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이상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는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웨어러블 기기, IoT 센서, AI 기반 건강예측 시스템 등을
지역 복지 네트워크에 통합하는 스마트 돌봄 인프라 확장이 필수적이다.
돌봄 없는 삶이 아니라, 돌봄을 늦추는 삶을 위해
노노(老老)케어는 그 자체로는 나쁜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령자의 연대이고,
초고령 사회의 현실적 대응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구조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되는 순간,
우리는 돌봄 정책의 방향을 되돌아봐야 한다.
예방적 돌봄은
노인이 돌봄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자립적인 삶을 오래 유지하며,
자신의 일상과 건강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전체의 전략이다.
이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돌봄이 시작되기 전 단계에서의 ‘멈춤’에 주목해야 한다.
돌봄을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돌봄이 필요하지 않도록 건강하고 연결된 노후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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