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사랑과 헌신의 또 다른 이름이라지만,
노인이 또 다른 노인을 돌보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이게 맞는가?”
초고령사회, 돌봄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로 접어들며
돌봄의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를 자녀가 돌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오늘날엔 고령자가 또 다른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구조가 주를 이룬다.
부부 간 상호 간병, 형제 간 돌봄,
이웃 간 도움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많은 돌봄이 공식 시스템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돌봄 책임을 어디까지, 누구에게 맡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윤리적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말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이 맞는가?
그 돌봄은 자발적인가, 아니면 강요된 구조인가?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현실, 책임만 남은 구조
노노(老老)케어는 전국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75세 아내가 치매 남편을 돌보거나,
80대 형제가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 구조는 요양시설의 비용 부담, 간병 인력 부족,
자녀 세대와의 거리감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공공의 돌봄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기에
가장 가까운 고령자가 돌봄을 떠안게 된다.
문제는 이 돌봄이 정말 ‘선택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을 전가한 결과라는 점이다.
“가족이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라는 이유로
공공의 책임은 사라지고,
개인의 부담만 남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돌봄의 책임이 고령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현재 구조는
결코 윤리적인 돌봄 시스템이라 보기 어렵다.
헌신은 언제나 자발적일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돌봄을 ‘사랑’이나 ‘의무’와 연결지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돌봄은 많은 경우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강제에 가깝다.
예를 들어, 배우자 외에는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경제적으로 외부 도움을 받을 여력도 없다면
그 돌봄은 자발적일까?
정말 자유로운 선택일까?
많은 노노(老老)케어 상황에서
돌봄 제공자는 자신도 고혈압, 관절염, 당뇨 같은
건강 문제를 안고 있으며,
감정을 표현할 여유도, 쉴 틈도 없다.
심지어는 피로감을 느끼는 것조차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화가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일까?”
“지치면 안 되는 걸까?”
이처럼 돌봄이 자발성이 아니라
무언의 강요 아래에서 지속된다면,
그것은 윤리적 행위가 아니라 구조적 방임이다.
사회는 어디까지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가?
윤리란 결국 책임의 분배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의 노노(老老)케어 구조는,
돌봄을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맡겨두고 있는 결과다.
그러나 돌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지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재설계와 공동체 기반 돌봄 모델의 확장이 필요하다.
1. 공공 서비스 강화
- 장기요양 서비스의 확대
- 간병 바우처, 단기 돌봄 시설의 활용
2. 돌봄 제공자에 대한 보호
- 노노(老老)케어 활동자에게 상해보험, 심리상담, 휴식 기회 제공
- 가족 간병자에게 간병 수당 또는 세액 공제 적용
3. 지역 중심의 돌봄 구조 확대
- 복지관, 주민센터, 자원봉사 네트워크 등을 통해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모델 구축
4. 자발성에 기초한 돌봄 시스템 설계
- 헌신이 ‘강요’가 아닌 ‘선택’이 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윤리적인 돌봄은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안정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진짜 윤리는 돌봄을 나누는 구조에서 나온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게 맞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돌봄이 강요된 것인지, 선택된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보호받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의 노노(老老)케어는 헌신만 있고, 보호는 부족하다.
책임만 있고, 지원은 희박하다.
이 구조 속에서는 누구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이제는 돌보는 사람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다.
돌봄 제공자에게도 존엄이 있고, 감정이 있고, 쉼이 필요하다.
진짜 윤리는 한 사람의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구조에서 시작된다.
'노노(老老 )케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봄의 사각지대: 비공식 간병자에게 필요한 보호 장치는? (0) | 2025.07.04 |
---|---|
지역사회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공동체 기반 노노(老老)케어 실험기 (0) | 2025.07.04 |
노노(老老)케어가 새로운 시니어 일자리로 주목 받는 이유 (0) | 2025.07.04 |
세대 간 단절과 노노(老老)케어: 가족 없는 노인 돌봄의 대안 (0) | 2025.07.03 |
노노(老老)케어, 더 이상 숨기지 마세요: 사회적 관심과 지지 요청 (0) | 2025.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