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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老老 )케어

현장 인터뷰: 노노케어 참여 어르신들의 진짜 이야기

by 뽀롱행님 2025. 7. 31.

말로만 듣던 노노케어, 실제 참여자들은 어떻게 말할까?

“다른 사람을 돌본다고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됐죠. 그런데 해보니까,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 72세, 노노케어 활동자 정영자 어르신

요즘 뉴스나 블로그에서 자주 언급되는 ‘노노케어’ 제도.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이 복지 모델은
제도적으로는 참신하고 사회적 의의도 크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 제도를 실천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노노케어에 참여 중인 실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도의 효과, 어려움, 변화의 경험을 직접 들어보고,
그 안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진짜 노노케어’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노노케어 참여자의 진짜 이야기

 

“이제는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요”

– 활동자 정영자 어르신(72세, 서울 중랑구)

정영자 어르신은 2022년부터 노노케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게 된 이후,
하루 종일 말을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지인의 소개로 동주민센터를 통해 노노케어를 알게 되었고,
처음엔 “내가 남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제가 더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돌보는 어르신이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할 때마다
살아 있는 것 같고, 하루가 보람찹니다.”

정영자 어르신은 일주일에 세 번,
근처의 85세 어르신 댁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드리고,
간단한 장보기도 돕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분이 아니라 제가 그 시간을 기다려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지 몰라요.”

 

“이 나이에 누굴 도운다는 게 참 뜻깊어요”

– 활동자 김기환 어르신(75세, 경기 수원시)

김기환 어르신은 흔치 않게 남성 활동자입니다.
노노케어 전체 참여자의 80% 이상이 여성인 가운데,
김 어르신은 노년의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노노케어를 선택했습니다.

“은퇴하고 나니 하루가 너무 길더라고요.
그런데 이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김 어르신은 주로 정서적 돌봄이 필요한 고령 남성 대상자와 매칭되어
산책을 함께하거나, 근처 복지관에 동행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남자가 뭘 돌보냐’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같은 남성끼리 소통이 더 잘될 때도 많아요.
돌봄도 성별 없이 모두가 나눌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내가 그분의 자식은 아니지만, 꼭 가족 같아요”

– 수혜자 최순례 어르신(86세, 서울 성북구)

노노케어는 활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돌봄을 받는 어르신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최순례 어르신은 혼자 살고 있으며,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TV 보고, 혼자 자고…
이게 다반사였어요. 하루에 사람 목소리 한번 못 들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지난 1년간 노노케어 활동자가 일주일에 3번 찾아오면서,
최 어르신의 일상은 확 달라졌습니다.
“아가씨가 와서 말도 걸어주고, 반찬도 한번 봐주고,
그냥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요.
내가 살아 있어도 되는구나 싶달까요.”

 

“처음엔 그냥 돈 벌려고 했죠. 근데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 활동자 이선미 어르신(70세, 인천 서구)

이선미 어르신은 처음에는 수당을 받기 위해
노노케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활동이 계속될수록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돈 조금 벌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활동을 해보니까 그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고,
제가 하루의 큰 의미가 되어 있다는 걸 느끼면서
돈보다 더 큰 보람을 얻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본인이 더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하며,
매주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이
제 노후를 지탱하는 힘이 된 거죠.”

 

노노케어, 통계로는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

이처럼 실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노케어는 단순히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는 이름으로는
절대 설명될 수 없는,
삶의 깊이와 정서적 가치를 담고 있는 제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고독을 이겨냈고,
누군가는 삶의 의미를 되찾았으며,
또 누군가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노노케어를 통해 돌봄의 ‘관계’와 ‘공감’이 새롭게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안부’를 주고받고,
가족보다 더 깊은 정서적 지지를 나누는 과정은
우리 사회가 잊고 있던 진짜 복지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제도의 중심은 ‘사람’입니다

노노케어는 숫자나 성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그 중심에는 각자의 삶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고령자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있습니다.
정영자 어르신의 따뜻한 미소,
김기환 어르신의 자부심,
최순례 어르신의 떨리는 음성,
이선미 어르신의 진심이 모여
노노케어라는 제도를 살아 숨 쉬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람 간의 연결, 공감,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소중한 진심들이 계속 이어지도록,
노노케어는 앞으로도 제도의 울타리 속에서
사람 중심의 복지 모델로 진화해 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