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케어, 고령사회가 만든 새로운 돌봄 방식
고령사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돌봄에 대한 불안함을 느낍니다. 특히 1인 가구 노인의 증가와 가족 내 돌봄 기능의 약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바로 ‘노노케어(老老케어)’입니다. 노노케어는 비교적 건강한 노인이 또 다른 노인을 돌보는 상호 돌봄 형태입니다.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역할을 상실한 노인이 새로운 역할을 맡고, 돌봄을 받는 노인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등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복지 방식입니다.
하지만 노노케어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서 잘 운영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의 특성, 주민들의 참여도, 제도적 뒷받침 등 여러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 비로소 성공적인 사례가 만들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주도, 삼척시, 속초시에서 운영 중인 노노케어 사례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공적인 돌봄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제주도,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동네 한 바퀴’ 모델
제주도의 노노케어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를 바탕으로, 건강한 노인이 같은 마을의 노인을 돌보는 방식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동네 한 바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생활 속 밀착 돌봄’입니다.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은 주 2~3회 이웃 노인의 집을 방문하여 안부를 확인하고, 병원 동행이나 간단한 심부름, 식사 준비 등을 도와줍니다. 이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에게는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의 활동 수당이 지급되며, 참여자 대부분은 소득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주의 특성상 마을 중심의 공동체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고, 돌봄 대상자와 제공자가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정서적 유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이런 친밀함은 돌봄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배려와 관심이라는 인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실제로 제주도의 노노케어는 고독사 예방과 일상생활 지원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읍면동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삼척시,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만드는 협력형 노노케어
강원도 삼척시는 고령화와 더불어 지방소멸 위기까지 겪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에 따라 단순한 돌봄 사업 이상의 시스템이 필요했고, 삼척시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협력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한 노노케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노노케어는 일반적인 안부 확인을 넘어서, 특히 ‘이동 지원’을 중요한 활동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병원이나 약국에 가기 어려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노인이 동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동 자체가 곧 의료 접근성을 좌우하는 고령자에게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삼척시는 만 60세 이상 건강한 노인을 참여 대상으로 확대하여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분기마다 참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합니다. 교육 내용은 치매 인식,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등 실제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노노케어 앱’의 활용입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활동을 기록하고, 돌봄 대상자의 특이사항을 앱에 남기면 공공기관과 연결되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선 ‘위험 관리’ 기능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한 요소입니다.
이처럼 삼척시는 행정기관이 대상자를 선정하고, 민간단체가 활동을 관리하는 이원화된 운영 체계를 통해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속초시, 정서적 돌봄에 집중한 공감형 노노케어
속초시는 노노케어를 물리적인 돌봄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서적 돌봄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노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외로움, 고립,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죠.
속초시의 노노케어는 단순히 방문하여 안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활동이나 교육활동을 함께 하며 교감의 시간을 갖습니다. 종이접기나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 산책 모임 등이 그 예입니다.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또한 돌봄 제공자와 대상자의 성격, 관심사, 건강상태 등을 사전에 파악하여 1:1로 매칭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단발성 방문이 아닌, 꾸준히 만나며 신뢰를 쌓는 구조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활동 후에는 정서 케어 일지를 기록하여 대상자의 감정 변화나 건강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필요 시 치매안심센터나 복지기관과 연계하여 조치도 가능합니다. 이 덕분에 치매 초기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심리적 위기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의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속초시의 노노케어는 자원봉사센터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참여자들 역시 일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프로그램의 지속률이 높고, 참여 노인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습니다.
성공적인 노노케어를 위한 핵심 조건
세 지역의 사례를 종합해 보면, 성공적인 노노케어 운영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맞춤형 설계입니다. 제주도는 공동체 친화적인 문화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이웃 돌봄 모델을, 삼척시는 의료 접근성 보완과 시스템 기반의 효율적 운영을, 속초시는 정서적 교감을 중심으로 한 공감형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각 지역의 상황과 자원에 맞춰 유연하게 설계된 구조야말로 노노케어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복지센터, 자원봉사센터, 민간단체 등 지역 내에서 신뢰를 받는 기관이 참여자의 모집과 교육, 매칭을 책임지고 있을 때 프로그램의 질과 안정성이 보장됩니다.
정서 돌봄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입니다. 단순히 일상적 도움을 주는 것뿐 아니라, 교감과 공감이라는 요소가 결합될 때 노노케어는 ‘복지’에서 ‘관계’로 확장됩니다.
이 외에도 활동 수당 같은 보상 체계의 존재, 참여자 교육을 통한 전문성 강화, 앱이나 일지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은 모두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노케어,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복지 전략
노노케어는 더 이상 시범적 복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 가족 중심의 한계 등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복지 전략이자, 공동체를 회복하는 사회적 시도입니다.
제주도, 삼척시, 속초시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노노케어가 단순한 구조나 정책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를 돌보는 살아 있는 실천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모델을 참고하여, 현실적인 여건에 맞는 맞춤형 노노케어를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은 방문 한 번, 짧은 대화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사회, 그것은 곧 우리 모두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미래를 준비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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