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老老 )케어

노노케어에도 번아웃이 있다? 활동자의 피로 실태와 구조적 문제

뽀롱행님 2025. 7. 30. 12:21

돌보는 사람도 돌봄이 필요하다

노노케어는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새로운 복지 모델입니다.
정서적 교류와 생활 보조를 중심으로 한 이 제도는,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잘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바로 노노케어 활동자의 정서적·육체적 피로,
즉 ‘번아웃(burnout)’입니다.
우리는 돌봄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 돌봄을 제공하는 활동자들 역시
끊임없는 감정노동과 책임감 속에서
심리적 부담과 소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노케어 활동자가 겪는 피로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노노케어 활동자의 실태와 문제

 

수치로 드러나는 활동자의 번아웃 현실

2023년 노인인력개발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노케어 활동자의 45% 이상이
‘심리적 부담이나 정서적 피로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10명 중 3명은
‘돌봄 대상자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피로는 단순한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서적 소진,
'감정노동자'로서의 탈진 상태에 가까운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활동 경력이 1년 이상 지속된 경우,
피로감과 무력감을 동시에 호소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활동자들이 이러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개인의 문제’로만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공식적인 상담 체계나 심리 지원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활동자들이 침묵 속에서 번아웃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피로감이 누적될까?

노노케어 활동자는 대부분 주 2~3회,
지정된 고령자 가정에 방문해 정기적인 말벗, 안부 확인, 생활보조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활동 속에는 다양한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긴장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1. 돌봄의 정서적 긴장감

노노케어는 일상적인 감정의 교류가 핵심인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상대방이 격앙되거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우울증, 치매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자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상대를 보듬는 역할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지속적 감정노동은 정서적 번아웃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2. 경계가 모호한 역할

노노케어 활동자는 ‘가족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중간자적 위치에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돕고,
어디까지는 선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해
심리적 부담이 커집니다.
간혹 ‘무조건적인 헌신’을 요구받기도 하며,
이는 활동자의 정체성 혼란과 자기비하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3. 외부의 인정 부족

노노케어 활동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이를 단순한 ‘용돈벌이’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활동자 스스로도 자기 활동의 가치를 축소하며,
피로와 동시에 무력감을 느끼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왜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는가?

현재 노노케어는 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으며,
활동자들은 주기적인 활동일지를 제출하고,
기초적인 교육을 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리적 안전망이나 활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활동 중 우울감을 느껴도 이를 털어놓을 공간이 없고,
돌봄 대상자와의 갈등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하거나 상담해줄 시스템이 미비합니다.
‘돌보는 노인’이 아닌 ‘노동하는 개인’으로서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무언의 피로 누적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노노케어 활동자의 이탈률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안은 무엇인가?

노노케어 제도를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1. 심리 지원 시스템 구축

활동자 전용 심리 상담 채널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감정 상태 체크와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고위험군 활동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리안정지원 매니저’와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2. 활동자 권익 보호 매뉴얼 마련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틀을 적용해
노노케어 활동자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명확히 보장받아야 합니다.
돌봄 대상자나 가족과의 갈등 상황에 대비한
중재 지침과 법적 보호 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3. 활동의 사회적 가치 재정의

활동자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노케어 활동에 대한 사회적 홍보와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지역 커뮤니티 행사나 언론 보도를 통해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꾸준히 환기시키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돌보는 이도 돌봄이 필요하다

노노케어는 고령자 복지의 새로운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는 묵묵히 노력하는 수많은 활동자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이의 삶을 돌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피로와 고단함은 숨긴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서적 안전망을 갖춘 제도로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노노케어는
‘누가 돌봄을 받느냐’만이 아니라
‘누가 돌보고 있으며, 그들은 안전한가’를 함께 묻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돌보는 이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출발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