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老老 )케어

여성 노인 중심? 노노케어 속 성별 불균형 이슈

뽀롱행님 2025. 7. 29. 23:10

고령사회 속 여성 노인의 그림자

노노(老老)케어는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개념으로,
고령자들의 사회참여를 장려하고,
동시에 정서적 돌봄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운영 현장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하나의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바로 참여자의 대다수가 여성 고령자라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참여율의 차이를 넘어,
고령 여성에게 돌봄 노동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이슈로 연결됩니다.
노노케어의 취지와 방향이 긍정적인 것만큼,
그 이면에 드리워진 성별 불균형 문제에 대해
이제는 본격적으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노케어의 성별 불균형 문제

 

참여자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노케어 사업에 참여하는 고령자 중 80%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는 단순히 여성 노인의 수가 더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 중 여성 비율은 약 57% 수준이지만,
노노케어 활동 참여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비중으로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고령 여성이 더 건강하다’거나,
‘돌봄에 더 친숙하다’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해석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는 우리 사회가 고령 여성에게 요구하는 성 역할과,
돌봄 노동의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여성 노인이 중심이 되었을까?

첫째, 사회문화적 기대감의 차이가 작용합니다.
여성은 생애 전반에서 자녀 양육, 가족 돌봄 등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며
'돌봄의 주체'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노년기에 접어들어도 그 역할이 지속되고,
사회적 활동으로서도 돌봄 관련 일자리에 보다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됩니다.

둘째, 노년기 경제력의 차이도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고령 여성은 과거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거나
비공식적인 가족 내 노동에 집중해 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노년기에 국민연금, 퇴직금, 개인자산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작은 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셋째, 심리적 연결 욕구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성은 대체로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소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노년기에는 가족 외의 새로운 소속감을 찾으려는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노노케어는 이런 정서적 교류가 강조된 활동이기 때문에,
여성 노인에게 더 적합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남성 노인의 낮은 참여, 왜 문제인가?

반대로 남성 노인은 노노케어 활동 참여율이 낮고,
지역사회 돌봄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나 거리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노년기 사회적 고립,
나아가 고독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남성 고령자들의 참여가 적을수록
노노케어 활동은 자연스럽게 여성 고령자들에게 과도하게 분담되며,
결국 돌봄 노동의 성별 고착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게다가 노노케어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노인의 사회적 역할 회복’인데,
남성 고령자가 그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노노케어의 본래 목적 역시 부분적으로 훼손되는 셈입니다.

 

제도 설계에 반영된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

현재 노노케어 관련 제도나 홍보물, 교육과정, 매뉴얼 등을 살펴보면,
참여자의 성별에 따른 맞춤 설계나 유도 전략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이 참여하기 쉬운 구조만 만들어지고,
남성은 스스로 진입 장벽을 느끼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내용이 정서 돌봄이나 정기 방문 중심에 편중되어 있고,
활동 내용이 비공식적 가사 도움이나 말벗 역할에 집중된다면,
남성 고령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별에 따른 참여 조건, 동기, 기대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제도 설계는
결국 구조적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게 됩니다.

 

성별 균형을 위한 정책적 대안은?

노노케어의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 성인지적 관점에서 제도를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첫째, 남성 고령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방문 돌봄이 아닌 동행 활동(산책, 병원 동반),
취미 중심 활동(바둑, 장기, 도서관 봉사) 등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활동 유형을 별도로 설계한다면
남성 고령자의 참여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성별 분리 교육과 코칭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초기 교육과정에서 성별 특성에 맞는 접근 방식을 적용하고,
멘토링과 관계 형성 프로그램도 유연하게 설계한다면
남성의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셋째, 성비를 고려한 지역 운영 지침도 필요합니다.
노노케어 운영 기관들이 활동자 모집 시
의도적으로 성별 균형을 고려해 기획하고,
남성 활동자에 대한 인센티브나 포상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조치도
장기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평등한 돌봄 구조가 진짜 ‘지속 가능한 돌봄’이다

노노케어는 노인의 사회적 역할 회복과
상호돌봄 문화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돌봄이 특정 성별에게 집중될 때,
그 구조는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여성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과 시간을 들여 다른 노인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성역할에 기반한 의무감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 참여인지에 대해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노노케어를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고르게 참여하고,
돌봄의 부담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돌봄은 모두의 책임이자 기회’라는 새로운 인식을
이제 제도 설계와 운영 방식에 적극 반영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