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老老 )케어

돌봄의 주체는 이제 노인입니다: 노노케어 시대의 역전된 역할

뽀롱행님 2025. 7. 18. 19:51

한 세대 전만 해도 노인은 돌봄의 ‘대상’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고, 돌봄을 받아야 하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는 그런 전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바로 노인이 돌봄의 주체가 되는 시대, 즉 노노(老老)케어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노노케어’라는 개념은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거나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지자체와 지역 사회에서 이 모델은 실천되고 있으며,
그 효과와 가능성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노노케어는 단순한 돌봄 모델의 하나가 아니라, 돌봄의 구조 자체를 뒤바꾸는 ‘역전의 전환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스로를 돌보는 노인’이 아닌, ‘타인을 돌보는 노인’,
돌봄의 제공자로 나선 고령자들이 존재합니다.

 

돌봄의 주제는 노인이다

 

돌봄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돌봄에 대해 오랫동안 익숙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돌봄을 받고, 부모는 자녀가 성장한 뒤 돌봄을 제공하며,
노년기에는 다시 자녀나 사회로부터 돌봄을 받는 순환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지금 무너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1인 가구의 증가, 지역 공동체의 해체는
가족 중심의 돌봄 체계에 한계를 가져왔고,
‘누군가가 반드시 돌봐줘야 한다’는 전제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노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나아가 이웃 노인의 삶까지 돌보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의무감이나 선의의 실천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대응 방식입니다.

 

 

노노케어는 왜 필요한가?

노노케어는 단지 ‘좋은 의도로 시작한 돌봄 활동’이 아닙니다.
이것은 현실적인 필요에서 시작된 필연적 구조 변화입니다.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게 됩니다.
이 가운데 약 35%는 독거노인, 혹은 고령 부부만 사는 가구로 분류됩니다.
즉, 노인이 노인을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요양시설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존재하며,
경제적 이유로 전문 요양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노노케어는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자 동시에 가장 자연스러운 돌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돌봄의 주체가 된 노인들

이제 우리는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또 다른 노인’이라는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다양한 지역에서는 고령자들이 자발적으로 돌봄 봉사단에 참여하거나,
이웃 어르신과의 ‘맞돌봄’ 형태를 구성해 생활과 정서를 나누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주의 한 노인복지관에서는 70대 노인들이 80대, 90대 노인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약 복용을 도와주고, 병원 진료에 동행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활동은 단순한 자원봉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나도 언젠가 돌봄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내가 돌볼 수 있다”는 자존감과 책임감이 깃들어 있습니다.

돌봄을 받기만 하던 존재였던 노인이 이제는 마을의 돌봄 리더,
지역 복지 생태계의 중심 축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 시니어의 등장과 디지털 노노케어

오늘날의 노인은 과거와 다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건강 앱을 설치하며, AI 스피커를 활용해 하루 일과를 관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술에 익숙한 고령자들을 우리는 ‘스마트 시니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노노케어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단순한 돌봄을 넘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정교한 돌봄 제공자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혈압과 심박수를 측정하고,
화상통화를 통해 이웃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며,
AI 스피커를 활용해 대화형 정서 돌봄도 실현합니다.

기술은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스마트 시니어의 등장은 디지털 노노케어를 가능하게 만들고,
고령자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현실로 이끌고 있습니다.

 

 

돌봄의 역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

돌봄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상호의존성과 책임감으로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노노케어는 바로 이 관계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돌봄의 주체가 노인으로 바뀌는 현상은,
단순한 역할 교환이 아니라 노인의 사회적 위치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제 노인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에서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사회적 약자’에서 ‘커뮤니티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지 돌봄의 구조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인 세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노노케어가 갖는 진정한 가치입니다.

 

 

노노케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준비

물론 노노케어가 완벽한 해법은 아닙니다.
체력의 한계, 치매 위험, 감정 소진(burnout) 등의 문제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체계적인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노노케어 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고령자 맞춤형 기술 교육,
정기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보건소, 복지관, 주민센터 간의 연계 플랫폼 구축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준비가 뒷받침될 때, 노노케어는 단순한 돌봄 구조가 아니라
사회 복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노인의 역할’은 돌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종종 나이 든다는 것을 ‘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노케어는 그 전제를 뒤집습니다.
나이 들었기에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년이기에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돌봄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돌봄의 주체가 된 노인들,
그들은 사회의 버팀목이자 새로운 세대에게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는 선생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노인들이
이웃의 안부를 묻고, 차 한잔을 함께 마시며,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가 바로 ‘노노케어’의 진짜 힘이며,
그들의 삶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은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